루브르는 대감마님, 퐁피두는 한창때의 꽃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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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는 대감마님, 퐁피두는 한창때의 꽃처녀~

아침부터 부랴부랴  서둘렀다. 파리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의무인 것처럼 좀비마냥 루브르로 향했다. 파리에 왔으니 루브르를 가봐야지. 암 그럼. 유리 피라미드는 분명 사진보다 멋질꺼야~ 내가 진정 루브르로 가고 있단말야??! 등등의 상상으로 마음이 무척 들떠 있었다. 도착해서 표를 끊고, 박물관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막막했다. 입구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_-
어디로 들어갈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메소포타미아관과 연결된 입구쪽으로 들어갔다. 아, 그 전에 루브르 박물관의 지도를 집었다. 참 씁쓸했지만, 일본어, 중국어, 심지어 포르투갈어까지 있는데 한국어로 된 설명서는 없었다. 요즘엔 우리나라 배낭족들도 꽤 될텐데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박물관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조각상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별거 아니라는 듯이.

박물관의 규모를 뭐라고 설명을 할 수가 없다. 다만 세시간동안 내가 루브르를 모두 돌아야 했던 것은 길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걸 말하고 싶다.
루브르에서 제일 인기있는 작품은 단연 모나리자다. 물론, 모나리자를 보러 간 것은 아니었지만 곳곳에 모나리자로 향하는 이정표가 붙어있어 가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루브르의 노력에 내가 살짝 넘어가주었다. 모나리자는 생각보다 작은 그림이다. 그러나 그 앞에 인파는 위에서 보면 알록달록한 개미들이 바글거리는 것 같다. 나는 그래서 모나리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분명히 플래쉬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있는데도 여기저기서 플래쉬가 터진다. 그래도 프랑스인 관리인은 먼산만 쳐다볼뿐 관리 따위엔 신경쓰지 않는다. (후에 알았지만 파리 사람들이 제일 게을렀던 것 같다.)
모나리자를 지나면 또 밀로의 비너스를 향해 이정표가 이어져 있다. 이런 이유였다. 사람들이 모나리자와 비너스앞에만 모이는 이유는… 박물관측의 탓이 컸던 것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배려하는 마음이었을지 모르나,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었다. 그 두 개의 인기작품들 때문에 다른 작품들은 심지어 램브란트의 그림마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중이란…

루브르에서는 너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봐서 도무지 기억에 남는게 없다. 그 규모 때문에 보는 사람이 압도당하는 느낌이랄까. 그랬다. 언제 다 보지..걱정하며 헤맸던 기억밖엔..그 날은 그렇게 박물관을 나와서 소르본느 대학가로 가서 점심을 먹고 대학가 주변을 구경하고, 센느강변을 쭉…걸어서 숙소까지 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부터 하늘이 찌뿌둥했다. 원래는 오르셰를 가려고 했는데 그 날은 또 하필 오르셰 미술관이 문을 닫는 날이었다. 그래서 차선책이었던 퐁피두 문화센터로 향했다. 그러고보면 프랑스 사람들은 퐁피두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본 퐁피두라는 이름의 거리만 해도 두 개나 되니깐.(각각 다른 지방) 퐁피두 문화센터는 현대 종합예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비가 올 것 같아 아침 일찍 서둘러서 나갔더니 아직 문을 열 시간이 아니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10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문화센터 밖에서. 거의 한시간을 기다려야 했기에 나는 퐁피두 문화센터 주변을 돌아다녔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주일중 3일이상은 비가 온다 그러더니 소나기도 아니고 추적추적 우울하게 비가 내렸다. 그러나 누구도 뛰어다니질 않았다.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걸어다닌다. 뛰는 사람도, 급하게 가게처마밑으로 숨는 사람도 없다. 심지어 어떤 여자는 그 빗속에 담배를 피며 걷고 있다. 말끔한 정장에 중절모까지 쓰고…
이런 모습의 파리는 정말 딱 파리 스타일이라고 느꼈다. 이 도시는 어쩐지 이 우울한 비가 딱 어울렸다.

퐁피두 문화센터는 무척이나 현대적인 건물이다. 외관에 철골이 다 드러난 이 건물은 언뜻 보기엔 흉물스럽지만 그 취지와 전시된 내용이 문화센터의 목적과 상당히 부합한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본 전시관으로 올라가는데 벽이 유리로 되어있어서 빗방울들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여간 멋스러운게 아니었다. 게다가 에스컬레이터는 둥근 원통처럼 생긴 유리벽에 둘러쌓여있다. (즉, 에스컬레이터는 건물과 연결된 야외에 있는 것이다.)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니, 말 그대로 이곳은 파리, 그자체였다. 내가 상상했던 그 파리였다. 이 모습을 사진을 찍지 않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퐁피두 문화센터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은 주로 팝아트가 많다. 현대의 추상미술도 곳곳에 전시되어 있고, 설치 미술, 옵 아트 부분도 전시되어 있었다. 현대미술에 족적을 남긴 이름들이 눈에 띄었고, 그 미술작품만으로도 미술관 하나쯤은 거뜬히 차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곳은 여전히 문화센터로 남아있다.
그 이유를 관람을 하며 알 수 있었다. 어느 유치원에서 단체로 관람을 왔나보다.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엄숙한 루브르와는 다른게 이곳은 전시된 작품들처럼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스럽다. 선생님으로 보이는 나이가 지긋한 할아 버지가 애들을 모두 앉혀놓고 어떤 설치 미술의 원리, 왜 이런 것을 만들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애들을 시켜 나와서 시범도 보이고…보고 있는 아이들은 호기심에 가득차서 할아 버지를 쳐다보고 있다. 바닥에 까는 회색 카페트 비슷한 천으로 모든 벽을 만든 어떤 방은 공명이 되지 않는다. 소리가 울리지 않으니 그곳에 들어가서 말을 하면 무척 이상하다. 아이들은 그 방을 뛰어다니며 벽에도 부딪혀보고 서로서로 말하고 들어보기도 한다. 정말 신기했던건 그 많은 아이들이 놀면서도 문화센터 안에서 절대로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는 거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유수의 작가들 작품앞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다니며 그 속에서 작가들의 예술혼을 듬뿍 받아가고 있었다. 아, 그래서 파리가 예술의 도시구나. 아니 그럴 수밖에 없겠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러한 문화센터가 이 곳에선 그야말로 제기능을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말뿐인 문화센터가 아닌 누구나 쉽게 와서 예술작품을 즐기고 얘기하고, 공감하는 진짜 문화센터.
질투나게도 이곳 사람들에게 예술은 삶이었다. 어려서부터 가까이서 접하고 실천해내는 삶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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