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August 2002

가우디 특별코너

[nggallery id=18]

 

가우디를 어떻게 알았는지 기억이 안난다. 고등학교때였나..집에 가우디 작품집 같은 것이 있었다. 커다란 책에 사진이 많아서 즐겨 보았다. 거기서 그의 건축물들을 하나씩 알게 되었고 어느새! 대학에 와서는 나도 모르게 가우디를 아주 잘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의 작품 세계나 인생..등등에 대해서 여기저기서 주워들어 가우디라는 사람의 작품집이 우리 집에 있다는 것이 어느 순간 자랑스럽다고까지 느껴졌었다. (젠장 소박하기는..-_-) 물론 사진으로 접하는 것들은 그저 굉장히 대단하고 커다랗고 멋질거라고만 생각했다. 여행을 계획하는 도중에 내게 꼼꼼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여행 루트도 정말 엉성하게 짰었고 유레일도 대충의 계획에 맞게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만 되는 두 달짜리 패스를 구입했던 것이다. (물론 그래서 포르투갈에선 쫌 고생했다..아, 네덜란드와 벨기에 갈 때도 고생을 했다.) 그래서 여행 초기엔 가우디에 대한 생각은 사진에서나 본 것처럼 그저 멋지고 굉장하니깐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스펜인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나도 모르게 정말 신기하게도 어렸을 적에 가우디 작품집에서 보았던 사진들이 떠올랐다. 분명 사진에 본 느낌이었다. 스페인이라는 곳은. 그래서 가우디를 생각하게 되었고 여행객들을 만나보면서 더더욱 바르셀로나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굳어졌다. 대부분의 바르셀로나 방문객들은 가우디를 빼놓지 않고 이야기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내 머릿속엔 바르셀로나를 생각하면 가우디가 떠오르곤 한다.

물론,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말고도 대단한 거장들을 경험할 수 있다. 미로, 피카소, 미스 반 데로우 등등..손으로도 다 꼽을 수 없는 많은 문화 유산들이 있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 국민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가우디를 제일 먼저 꼽는건, 도시 전체에 가우디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고 또 바르셀로나 사람들에게서 그의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리의 가로등, 벤치, 분수..가우디의 작품들은 시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곳 사람들의 열정이 곳곳에서 가우디의 일생을 얘기해준다. 가우디의 작품은 어느 파나 주의로 분류할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세계는 독특하고 새로웠다. 특별한 스승이나 학교에서 배웠던 것도 아니고 단지 자연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연구함으로써 얻어진 창조성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 중 비슷하거나 같은 모델은 찾아볼 수 없으며 이는 작은 소품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 일화로 어느 기자가 그에게 건축의 교본은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창문 너머의 나뭇가지를 가르키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교본은 바로 저 나뭇가지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집안에 건축가도 없었으며, 어려서부터 건축가가 될 계획도 없었단다. 사실 그가 일생동안 했던 작업은 ‘건축’이라는 특정한 분야가 아니라 스스로 창조 작업이라고 명명한 것과 같이 다만 그가 좋아하고 더 알고 싶어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가우디가 매우 복잡하고 형이상학적인 인물일 것으로 생각되어지지만 사실 그는 굉장히 간단하고 구체적이며 확실한 사실들을 선호했다고 한다. 신앙에 있어서도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신앙을 소유하고 있었고 교부들의 충고와 질책들을 모두 받아들일만큼 절대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과 예배의식이나 행위에 대해서는 논쟁을 벌일만큼 자기 신앙에 대한 주관이 뚜렷했다. 자신의 작업 역시 추상적인 해석들을 모두 배제하고 오로지 조물주가 행한 창조작업의(특히 자연)일부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시를 싫어했다는 가우디를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도 훨씬 매력적이었던 이 인물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내가 제일 처음 보았던 가우디의 작품은 까사 밀라다. 이 건물은 바로 내가 까에따노를 다시 만난 장소이기도 하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이 건물을 ‘La Pedrera’라고 많이 부른다. 그 이유는 건물의 생김새가 (특히 기둥과 아치) 돌을 캐내는 채석장(La Pedrera)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건물은 민간인을 위한 주택으로 설계되었는데 초기엔 주택으로 사용되었지만 나중엔 관광용으로 바뀌면서 사람은 살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이따금 전시회도 열며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이 건물의 베란다가 정말 특이했는데, 꼭 아구의 입모양을 연상시킨다. 여길 방문했을 때 어떤 일이 있었냐면, 이 건물 앞에서 고개를 들어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띨해보이는 남자가 다가왔다. 그러더니 손에 들고 있던 지도를 펴서 지도를 가리키며 자기가 지금 어디에 있는 가르쳐 달라고 길을 잃었다는 것이다. 하! 이 수법은 그동안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없이 봤던 여행담에 나오는 주의할 좀도둑이잖아!  여행객인 척 하면서 길을 묻다가 가방이나 지갑을 채간다. 눈도 풀린 것이 영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대충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디라고 말해주었다. 참내..이렇게 유명한 건물 앞에 서 있으면서 지도도 못보나!!! 점점 의심스러웠다. 그런데도 계속 잘 모르겠다고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씹어 버렸다. 투명인간 대하듯 싹 무시했더니 다른 사람에게로 옮기더군. 나침반까지 꺼내가면서 말야..그런데 이 남자는 내가 한 30분을 그 앞에 서 있었는데 내내 그곳에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걸리는 사람에겐 계속 지도를 꺼내 묻는 것이었다. 좀도둑이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지금까지도)어쨋튼 그 남자 역시 까사 밀라를 기억하게 하는데 일조한 사람이다.

두 번째로 내가 만났던 가우디 작품은 구엘 저택과 구엘 공원 그리고 사그라다 파밀리아였다. 구엘 저택은 앞선 여행기에서 대부분의 이야기를 했고 구엘공원에 대해서 얘길 해보겠다. 구엘 공원을 가기 위해서는 꽤 높이 올라가야 했다. 메트로를 내려서 걸어서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간 후, 또 다시 에스컬레이터로 수직 상승하면 왠 입구가 나타난다. 거기서 또다시 산인지 언덕인지를 오르다가 오솔길로 빠져들면 공원으로 진입할 수가 있게 되어있다. 먼저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어디 실내인줄 알겠지만 그렇지 않다. 오르막길에 계단이 있는데, 양쪽 계단 가운데로 올라가기만 하는 에스컬레이터가 놓여있었다. 얼마나 힘들도 가파랐으면 이 사람들이 이런 것까지 다 놓아주었는지 상상해주길 바란다. 구엘 공원에 진입하기 전에 그놈에 언덕을 뱅뱅 돌다가(구엘 공원 가는 오솔길을 찾지 못해..)너무 힘들어 벤치에 앉았다. 나무 사이에 묘하게 가려진 벤치였는데 거기 앉아서 점심으로 싸가지고 간 블랙체리를 먹었더랬다. 이 때는 계절탓인지 스페인에 블랙체리가 정말로 쌌다. 그리고 그 맛은 정말 환상이다. 앵두와 비슷한데 좀더 달고 시다. 암튼 점심을 먹은 후, 오솔길로 접어들었는데 멀리서부터 공원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멀리서 보아도 꿈인지 생시인지..참 몽환적인 세계였다. 만화에서나 보던 버섯기둥, 타일로 된 파도 같은 벤치들..이상한 나라에 온 것만 같았다. 그 곳에서 한참 사진을 찍다가 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먼저 버섯모양의 돌 기둥들을 만날 수가 있다. 구엘 공원에 있는 모든 것들은 자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그래서 직각의 직선이나 규칙적인 모양들은 찾아볼 수 없다. 초기에 이 공원을 짓게 된 것은 전원 주택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공원 자체가 굉장히 넓고 큼직하다. 그리스에서나 봄직한 도리아식 기둥 위에는 넓은 광장이 있는데, 그곳에 그 유명한 타일벤치가 쭈욱 이어져 있다. 그늘 하나 없는 이 광장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대부분이 관광객들이었는데 혼자 갔던 나는 타일 벤치에 앉아서 사진을 찍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일어났다. 타일이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다. 계단을 내려가는 길에는 도마뱀 타일의 분수도 보았다. 역시 아이들이 그 주변에 제일 많았다. 바르셀로나의 어린아이들은 이런 공원을 바로 근처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기나 할까 모르겠다. 너무 신비롭고 독특한 공원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밤에도 한 번 갔던 적이 있고, 구엘 공원을 다녀왔던 이 날 낮에도 갔었다. 가우디의 작품이 다 그렇지만 굉장히 눈에 띈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이 현대적인 도시 바르셀로나에선 전혀 그것들이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눈에 띄게 독특하지만 이 곳이 아니면 정말 안 어울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그랬다. 한 복판에 여전히 공사를 하고 있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이 대규모 공사에 불만인 사람도 없었고 오히려 그것마저 이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한 부분인 듯 보였다. 이 웅장한 성당을 보면서, 그리고 성당 벽면에 섬세하게 조각된 성경의 인물들을 보면서 가우디의 신앙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도착한 곳은 옥수수 모양의 첨탑들 사이였다.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보다가 문득 맞은편에 있는 첨탑들에 새겨진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Hosanna’ 색색의 타일로 삐뚤빼뚤 만들어진 저 글자들엔 보는 사람들을 숙연해지게 만드는 순수한 신앙이 숨어 있었다. 한동안 감동한 채 맞은편의 첨탑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계단을 내려왔다. 성당을 나가는 문은 기념품 가계를 통해야 한다. 가우디가 바랬던 상술은 아니었겠지만…성당을 나와 멀리 떨어져서 성당을 바라보니 구석구석에 비둘기똥이 얹혀져 있었다. 이것도 유럽의 낭만에 속하려나 모르겠다.

그외에 내가 보았던 가우디의 작품은 까사 바뜨요와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데..어떤 연립주택의 낮은 벽이다. 까사 바뜨요는 발코니가 물고기의 아가미 모양을 하고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직접 보진 못했지만 구엘 저택에서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가지가지 모양들의 굴뚝들이 있다고 한다.

가우디의 작품들을 보고나면 짖궂은 아이의 상상력을 떠오르게 한다. 구엘 저택에서 보았던 높이 솟은 천장에 새겨진 달과 별 모양의 작은 창문들, 구엘 공원의 버섯 모양 기둥들, 도마뱀 분수, 타일로 만든 벤치..그는 이런걸 사랑하게 될 지금의 우리들을 예상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