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January 2007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

2007019

사랑을 하는 일이 이렇게 더디고 힘든 일인줄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만약 알았다면…그랬다면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것도 잘은 모르겠다.

얼마나 됐다고 사랑하는 방법을 모두 까먹은 것 처럼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다.

해가 잠자러 가는 모습을 보며 든 생각

20070110

언젠가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난 노을이 지는 하늘의 색깔과 구름의 모양이 참 좋다.

불어로도 이 말은 참 예쁜데, ‘la couche du soleil’ 해의 잠자리, 해가 잠자러 가는 모습 쯤으로 해석하면 좋을 듯 하다.

그냥..그 모습을 보면 시간이 가고 있다는 것,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따위의 일들이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하늘에 그라데이션 된 색깔처럼 그렇게 스며들듯이..그리고 하루가 무사히 지났다는 것에 대한 감사도 약간은 들고. 뭐 사실 이런 착한 생각은 아주 조금 하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그런데 이상한 것은 평소엔 내가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혀…아무 생각이 없다가 노을이 질때쯤 하늘을 보며, ‘아 내가 좋아하는 거다’ 이렇게 떠올리게 되는 시스템인거지. 이런 시스템은 곳곳에 적용이 되는데, 누가 무슨 노래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그게 전혀 떠오르지가 않는다. 어떤 영화가 가장 감명깊었냐고 물어봐도 역시 떠오르지 않음. 하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듣게 되거나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누군가 언급하면 ‘아, 그거 내가 좋아하는건데’ 이렇게 된다.

이런 자각은 한국에 있을땐 잘 안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 와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너무나 확실해서 좋아하는 것엔 인생을 걸기도 하고 싫어하는 것엔 시간과 노력을 애써 투자해 인생에서 제외시키는 이들의 삶을 보면서 무언가 ‘완성형’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정말 절벽 끝에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거의 즐기는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의 삶은 정말 모든 것이 너무나 계획적이고 평온하며 좋아하는 대로 이어져 나간다. 삶의 완성형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난 이들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며 종종 ‘완성형’이란 이런것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의 삶을 즐기는 거,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로 인생을 채워나가는 것….그것이 내가 이들에게서 발견하는 완성형이다. 내가 노을을 좋아하는 이유는 말로도 설명하기 힘들면서도 매번 달라지는 그 색깔 때문인데…시시각각, 한번도 같은 색깔인적이 없으며, 한번도 같은 느낌을 전해준 적이 없다. 불완전하다. 그런데 어떤 것을 더할 필요가 없을만큼 완벽하기도 하다.

내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늘려가며 그 속에서 완성이 아니라 그 자체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아름다워지며 스스로 즐기는 것 외에…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느낌, 감정, 대화, 교감

20070101

##최근 내 벽을 채우고 있는 조각들

anna에게서 엽서 한장을 받았다. (사진에서 젤 왼쪽 엽서)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주소만 써있었는데, 이미 그런 엽서를 보내올거라는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받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기분좋은 빈칸…그리고 나서 엽서를 볼때마다 그 엽서를 두고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들, 엽서를 받았을때의 그 묘한 기분을 되새김질한다.

이 빈 엽서를 통해 우리가 나눈 대화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언어를 배우면서부터는 어느때보다 언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절감하지만 때로는 언어가 표현하지 못하는 공기와 감정이 있다는 것을, 그런 것이 아주 많다는 것 또한 깨닫는다. 언어란것이 얼마나 부정확하고 불완전한 매체인지.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언어가 이 세상에 존재할까. 나는 상대방이 뿜어내는 감정을, 나에게 전해오는 그 느낌을 말로 풀어서 설명할 수 있을까.

가만히 어떤 순간순간을 떠올리면 언어 외의 어떤 몸짓과 공기가 표현해내던 빛나는 교감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것을 상대방도 느꼈을 것이라는 확신. 그것은 너무나 확실하게 빛났기에. anna의 빈 엽서는 내게 그런 교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애틋한 로맨스가 있는 순간.

내 친구는…..
아마 곧 그 감정들을 잊어버릴거다. 난 그걸 너무나 잘 알기에 모른척 할 수 있는 것이고. 감정이 다가오는 순간을 노력해서 찾아올 수 없는 것처럼 때로 교감은 노력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이뤄지거나, 이뤄지지 않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교감의 순간은 멋진 거고, 소중한 것이겠지.
분명 그 교감이 이뤄지는 사람들은 모두 안보이는 빨간실로 연결되어 있을 거다. 머리 뒷쪽에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있거나. 찾아내야지. 그것은 평생에 걸쳐 모든 것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일이니까.

bonne année

파리도 새해를 맞았습니다.
시끌벅적하게, 그러나 작년보다 훨씬 익숙하게 보냈습니다.

오래전부터 만나고 싶었던 친구를 만나 실컷 얘기하고 술도 마셔보고, 얼마나 그리운 사람들이 많았던가를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파리에 돌아와서는 룸메이트와 북적거리는 바스티유 광장을 거닐며 사람들을 쳐다보고, 옛날부터 가고싶었던 바에 들어가서 처음 보는 옆자리의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춤을 추며 이야기도 나누었지요. 이곳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새해를 맞았어요.

늘 공통되는 나의 소원중 하나는 올해는 제발 어른이 되었으면, 철이 조금만 더 들었으면. 입니다. 여전히 되지 않았고, 들지 않아서 매년 반복하게 되는 이 소원. 하지만 올해는 왠지 작년보다는 조금 더 철이 들었다는 생각이, 좀더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나이가 들어가고 있구나. 싶네요.

올해는 더 행복해져야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 행복해질겁니다. 더 어른스러워 질겁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그리고 행복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