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March 2007

파리를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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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파리도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낮에는 꽤 덥기까지 하니…
점점 길거리엔 사람들이 드글대고. 노천까페들도 빈자리 찾기가 힘들어진다.

이런 기후와 햇살이 이제 참 익숙하게 다가온다.
파리를 떠날 수 있을까..

그건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일부터 4일까지 모로코를 다녀온다.

아, 설레여라!

##사진은 옛날 한겨울에, 안에서 신문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던 주인을 기다리던 충견이 참 예뻐서 찍은 사진.

어느날의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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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전철이 서고,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한참동안 어떤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내가 내려야 할 전역이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정거장이 더 남았으니 단 몇분간은 이렇게 앉아서 가만히 생각을 해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에.

그 몇분이 영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딱 한 정거장 남았음. 여운과 고달픔이 교차한다.

얼마전에는 젊은 예술가들의 뎃생 작품 전시회에 다녀왔었다. 참 신기한게 이곳 사람들은 이름이 있는 예술가든 없는 예술가든 자기가 맘에 드는 작품은 그 댓가를 지불하고 구매를 한다는거다. 물론 제일 먼저 팔리는 작품들은 누가 봐도 참 예쁘고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젋고 이름없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기꺼이 돈을 내고 사는 이들의 문화와 생활이 결국 예술의 도시 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생활이 예술로 승화되고, 그 예술이 다시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정말 닮고싶은 이들의 멋진 순환!

사진은 전시회 갔다가 꼭대기층에서 바라본 파리시내가 너무 멋있어서 찍은 사진. 기와지붕과는 또다른 멋이지만 이렇게 삐죽삐죽 연기가 솟아나는 곤궁한 건물의 지붕들도 모아놓으니 제법 그럴듯 하다.

해가…많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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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길어졌고,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노천까페엔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이렇게 봄이 오고있나보다.

지난주부터 유화를 시작했다.
선생이 처음부터 댓생과 유화를 같이 하라고 누누히 얘기했었는데 난 말을 안듣고 댓생만 하고 유화를 계속 미뤄왔었다. 그러다 댓생이 지겨워질때쯤 유화를 하겠다고 했다. 처음엔 캔버스에 하지 말고 비슷한 질감의 저렴한 종이를 사라고 했는데 난 또 말을 안듣고 캔버스로 시작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엔 바탕색을 칠하다가 망해버렸는데, 선생은 꾸지람 한마디 없이 처음에 샀어야 할 그 종이를 가져다 주었다. 내가 정말 모기만한 목소리로,
“이거 망친건가요?” 라고 물었더니 선생이 이렇게 대답했다.
“아뇨, 아직 시작을 안한거죠!”

그래서 아무튼 그 종이에 다시 그려내고, ‘아직 시작을 안한’ 나의 첫번째 캔버스를 집에 들고 왔다. 언제 시간날때 집에서 완성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들고 왔는데 그냥 이 상태 그대로의 색깔도 맘에 드는거다. 물론 언제 저 바탕위에 무언가를 그리고 싶어질 날이 오면 덧칠을 하겠지만 이대로도, 충분히 마음을 끌어서 그냥 두었다. 은근히 흰벽과 잘 어울리네.

그나저나 5월에 학교시험인데, 댓생을 적어도 100장을 준비하란다…아아. 언제 다 그리노.
그래도 다행인건 이제 크로키를 망치는 경우는 잘 없다는거. 종이를 아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얼마전에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다.
나에게 만약 재능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글을 쓰는 일일테고, 좋아하는 것은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이지 않을까. 하고…아무튼 둘다 하면서 살고 싶다. 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이니까.

난 꽤 느린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가는것도, 계절이 바뀌는 것도, 마음속에 사람을 들이고 내보내는것도…내겐 참 느리게 지나가는 것들.
늘 가던길로만 다니고 듣던 음악만 듣는데 어떻게 그렇게 맨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걸까. 여행은 어찌 다녔던 것일까. 앞으로 계획한 수많은 여행들은 어떻게 다니려고 할까.
뭔가 모순이다.
그런데 그것 자체를 그냥 나라고 받아들이고나면 괜찮아진다. 난 느리기도 하지만 변덕도 심하다. 라고.

아무튼, 난 가을이 좋은데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지금의 이 계절도 나쁘진 않네.

참 어렵게 느껴지는 것들

새로운 관계를 처음 만들어 가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를 그동안은 한번도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고 느꼈던 것은 단지 언어가 통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왔기 때문인건가.

관계의 본질은 항상 같다고 생각했는데. 진심으로 대하고, 마음을 열고, 좋아하고…익숙해지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흡수되는거. 어떤때는 너무 조급하다고, 너무 앞서간다고 잘 안되고, 어떤때는 너무 겁을 낸다고 안되고..적당한 속도란 적당한 사람을 만났을때에만 생겨나는 것일까.

무언가 참 어리둥절한 요즘.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큼이나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무척이나 힘든 일인것 같다.
아니, 좋은 사람이 되는 순간,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지.
어찌되었든 두가지 다 상당히 어려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