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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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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 해가 지기 시작할때쯤 집을 나섰다.
고개를 돌려보니 가을햇살이 너무나 눈부셨다. 팔을 들어 눈을 가려야 할만큼 햇살이 너무 강렬했다.
어제 비가 온 탓에 얼굴에 부딪히는 공기는 꽤 차가웠고 끊임없이 재채기가 났다. 양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서 바삐 돌아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지금계절이 딱 알맞은 집 근처 가로수길을 들어섰다. 종일 책상앞에 앉아있었던 탓인지 차가운 공기를 뚫고가는 걸음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커피를 마시려고 나왔는데 정해둔 곳도 없이 짐 모리슨씨가 누워있는 묘지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이던 가로수의 나무들에는 남아있는 잎사귀들보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잎사귀들이 더 눈에 띄었다. 순간 지금이 몇월인건지, 어느해, 어떤 계절쯤인건지 혼란스러웠다. 시간이라는 관념이 우리의 머릿속에만 있는거라면 이 우주의 순환은 나의 마음속의 빈공간이나 곧 30대에 들어설 막연한 두려움같은 것은 조금도 개의치 않을거란 생각에 이르렀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곁을 스치는 사람들이 모두 종이인형처럼 아니 그보다 더 가벼운 존재로 스쳐가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듣고있는 음악 외에는 그 무엇도 현실같이 느껴지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현실의 연결고리를 붙잡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을것이다. 전화기조차 가지고 나오지 않았으니.
묘지를 둘러싼 가로수길을 한바퀴 돌고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지 정문 앞에는 저녁식사를 기다리는 노숙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엄마아빠를 따라나왔는지 다서여섯살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묘지 근처에서 놀고 있었고 음식을 기다리지도, 그렇다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며 단지 뛰어노는 것이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이 신기해서 눈을 떼지 못한채 걸었다.
조금전에 마신 나의 커피는 이들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던것 같다.
돌아오는 길엔 어제 만났던 한국유학생을 떠올렸다. 공부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녀에게 프랑스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 요상한 나라로 남아버렸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서 얼마되지 않아 곧 파리를 그리워하게 될거라는 걸,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내내 생각했었다. 그나저나 어제의 나는 왜그리도 강한 어조로 그녀에게 나를 보여줬던 것일까. 아직도 나를 증명해보이고 싶은걸까. 여전히 무엇으로부터 그렇게 자신이 없는걸까 다시 또 나를 괴롭혔다.
스페인을 여행한 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알고 싶다는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기차안에서 보았던, 빠르게 스쳐가던 풍경들을 난 직접 걸어보았기에, 그것이 어떤 것인지 만져보고 느껴보았기 때문에 조마조마 하나라도 놓칠까봐 조급해지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났었다. 하지만 그때의 집착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됐던 것일까.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느껴야 한다는 그 강박은 나의 무엇이었을까. 그것을 알지 못하면 아마도 난 평생 그 강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또다시 마음이 괴로워졌다.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고싶다, 그 무언가가 되고싶다는 욕심으로부터 벗어나는 나이의 기준은 어디쯤인걸까. 존재한다는 것을 나에게 굳이 증명해보이지 않아도 될 그때는 언제쯤인걸까. 나의 눈과 머리를 통해서 인식되는 내가 아니라, 그대로의 나를 인식하게 되는 때는 도대체 어느 계절쯤인걸까….그런 생각에 땅만 보며 걸었더니 어느새 어두워져있었고 나는 집앞에 도착해 있었다.

쬬! – 난박사야

나 지금 영국에 있어…
여전히 여행하면서 멋지게 살고 있구나…

나도 다시 학생이 되었네..
영국에 공부하러 왔어.. 디자인과는 영 상관없는 쪽으로…

예전에 글 남겼을때만해도… 영국에 오게 될지 잘 몰랐었는데…
진짜 와버렸다..^ ^

이제 공부하느라 많이 바쁘지?
연락 자주 하면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