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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걸

20071114

행복할땐 이 행복이 곧 사라질까봐 불안하다.
그런데 막상 힘들고 불안하고 용기가 사라질땐 곧 괜찮아질거라고, 반드시 이 고비를 넘기고야 말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난 늘 걱정할 거리를 찾아다니는지도 모르겠다. 불안이 날 살아있게 하는 것 같아서. 매순간 전력질주해서 힘차게 심장이 뛰도록 끊임없이 부추기기에.

이번에도 난 잘해낼거다. 그럴거다.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그냥 확신하는거.

## 요즘 파리는 전체 파업중이라 대중교통이 거의 운행을 안한다. 그래서 아침 저녁으로 걸어서 학교에 다니는데 새벽,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해가 뜨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혼을 담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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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또, 누군가의 혼이 담긴 것들이 발하는 남다른 빛을 발견하는 일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도 안다. 그 빛을 보려면, 모든 것으로부터 모든 개념과 생각들로부터 훌쩍 날아올라 텅 빈 상태가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마치 줄거리를 전혀 모르는 책을 처음으로 펴볼때와 같은 마음으로. 설레임과 궁금증만을 안고서.

얼마전 찾았던 수틴의 전시회에서 수틴을 만나본 느낌을 말로 풀자면 그의 혼을 온전하게 만난 느낌이었다. 그림을 보는 내내 그가 얼마나 애썼는지, 자신이 보는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온 세상이 삐뚤어져 나무들은 휘어져 있고 사람들은 모두 길쭉하게 일그러져 있다. 이것이 내게 보이는 세상이라고, 그렇게 느끼는 그를 믿어준 사람은 몇명이나 있었을까.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생생한 색깔들과 가래떡처럼 휘어진 나무들이 전하는 인상은 정말 강렬하다. 고독하고 고독했을 그의 내면이 고스란히 내게 닿는 느낌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주아주 오랫만에 가슴속을 꽉 채워주는 그림들을 보고 와서 너무나 행복했음.

참고로 수틴은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앓다가 40대에 세상을 떠났다.
죽은 후에야 그림이 알려져서 생전엔 늘 빈곤과 싸워야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절망이 그런 대작가를 만든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 그는 부유하고 행복했어도 그렇게 혼이 담긴 그림을 그렸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냥, 그렇게 되기로 되어 있던 것들이 인생엔 몇가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