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들어가고, 어른이 되어간다는건 눈매가 깊어진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예전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느끼고, 마음속 깊이 주변사람들에 공감하면서 깊어지는 눈매.
거의 매일 전화를 하면서도 2년 반만에 ‘마침내’ 얼굴을 마주하게 된 언니와 나는 같은 방을 쓰던 그때처럼 자려고 누운 후에도 밤새 얘기를 이어가고, 바보같은 농담들에도 배꼽이 빠질만큼 웃을 수 있었으며 사소한 일로도 투닥거리며 즐거워했다. 함께 있을땐 그동안의 시간이 멈춰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싶었는데…지나고 보니 떨어져 지낸 시간 만큼 그녀의 눈매는 좀더 깊어져 있었던 것 같다.
함께 나이를 먹으며 그것을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기막히게 행복한 일이다.
정말이다. 우리 둘을 연달아 낳아주시면서 고생했을 엄마에게 새삼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키우셨을때의 고생이 시간이 지나 이렇게 멋진 관계를 만들어주었으니 엄마의 고생은 조그만치도 헛된게 아니었다.
나도 나중에 애를 낳게 되면 꼭 딸들을 둘 이상 낳고 싶다.
이런 행복을 그들도 느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