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July 2008

날씨/무더위, 기분/스폰지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역시 anessja의 말대로 손가락 끝이 피날것 같다. 코드를 외우지 못하면 계속 제자리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작은 통에서 나는 소리가 참 마음에 든다. 나무와 줄 뿐인데 어떻게 그렇게 맑고 예쁜 소리가 생겨나는거지?…

오늘은 집에 들어와서 저녁먹고 주체할 수 없는 잠으로 빠져들었다.
어제는 ‘그냥’ 잠이 오질 않아 새벽 5시에 깼다. 그리고는 저녁때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생일파티엘 갔다.
그리고나서 오늘은 정말 뜬눈으로 잠자며 일했다.
예전에 신문사 다닐땐 매일같이 그렇게 술마시고 다음날 새벽에 어떻게 일어나 회사를 갔는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인간의 의지란.
오늘은 아무래도 잠 안설치고 푹 잘 것 같다.

해지 그리고 재가입-2006/08/12

이사를 할때쯤 나는 파리에서 내가 등록되어 있는 모든 것에서 놓여났었다.
모든 계약을 해지했고, 모든 자동이체로부터 드디어 벗어날 수 있었다. 집계약까지 모두 끝난 상태에서는 그야말로 몸만 훌훌 떠나면 되는거였다. 난 파리에 있는 그냥 자유인이었던 거다.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모든 것이 유쾌했고, 당장 끝나버려도 미련이 남지 않을것 같은 만남에도 온 마음을 다할 수 있었다.

일상으로부터 놓여난다는 것.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완전한 자유인이 되었다는 느낌은 잠깐이지만 생경하면서도 참 편안했다.

이사를 한지 한달이 다되어 가는데 아직 유선전화는 물론 인터넷도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시금 어딘가에 매여져야 한다는 것에 나도 모르는 두려움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딘가에 정박하고 싶다, 그러나 어딘가에 매여지고 싶지 않다는 모순 사이에서 나는 매일 갈등을 한다. 떠나온 것이 결국 어딘가로의 정착으로 귀착되어 버린 이 일상의 무서운 굴레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건지. 더이상 떠날 곳도 없는데 말야..

재가입, 그러나 언제든 줄을 끊고 멀리 멀리 항해할 수 있는 자유로운 정박. 그런 생각을 한다 요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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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4
2년전 이사할때와 며칠전 이사를 했을때의 기분은 참 많이 달랐다. 예전엔 정말 무언가 다급했고, 벼랑에 몰려있는 듯 했다. 누군가 잡아주지 않으면 곧 떨어질것처럼 아슬아슬한 날들이었는데….지금은 일상에서 놓여나는것도, 묶여있는것도 모두 선택해서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으니, 언제든 on/off 할 수 있을 것만 같긴한데…잘 모르겠네.

지평을 넓혀라 -2006/09/04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을것 같다.
자기 자신을 정면으로 대면하는 시간?..뭐 거창한 이름을 붙이자면 그런거지만, 내면에서 뭔가가 확 바뀌는 듯한 요동이 일어나는 내면의 2차 성징기.
나의 경우는 대학에 입학해서 2학년1학기를 마친 후 처음으로 휴학을 했을때였던 것 같다..물론 아르바이트 한답시고 휴학을 하긴 했지만 사실 일을 한 시간보다 집에서 혼자 보냈던 시간이 더 많았었다. 그때, 정말 심심하고 할 일이 없어서 집에 있던 책들을 뒤적이게 되었다. 우리집에 이런 책이 있었나? 싶을만큼 생전 처음 본 책들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는데, 첨엔 심심해서 읽다가 나중엔 오기가 생겨서 휴학한 동안 집에 있던 안본 책들을 전부 다 읽어보리라 결심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초겨울 코끝이 찡해오는 차가운 공기처럼 믿을 수 없을만큼 신선하고 생경하다.

생물의 진화라는 라면국물이 여기저기 튀어 있던 만화부터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 지상의 양식..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까지 허기진 짐승처럼 아구아구 섭취했었다. 자식이 태어나자마자 두려움에 떨며 입속으로 집어넣던 크로노스의 절실함으로 지식을 먹어댔던 기억.

휴학한 동안엔 몰랐지만 그리고나서 학교로 돌아갔을때 그때 보이던 세상은 분명 뭔가 다르긴 달랐다. 네오가 빨간 알약을 삼키고 나서 보게 된 진짜 세상의 모습같은거?..아무튼 확실히 무언가 넓어진 것 같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저들이 말하는 것의 이면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무엇을 주입하기 위해 저리도 열심인건지를 볼 수 있을것 같았다.
그 스무살 즈음에 지금의 내 머리사이즈가 다 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흐흐.

아무튼 그리고 나서 제대한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미친듯 여행을 다니고, 졸업, 사회생활, 사업, 파리 그리고 홀로됨.
스무살 그때처럼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보니 세상이 다르게 보이던 그런 팡!하는 성장은 느껴볼 수 없지만 지금의 나는 아주 느리게 조금씩 나도 남도 느낄 수 없을만큼 아주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것 같다. 아니 분명히 그렇다. 어디에서 그것을 확신할 수 있냐면, 타인과의 어울림이 더이상 불편하지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그들이 보여질때다. 그것은 어떤 지식같은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기때문에 단지 나만이 알 수 있는 아주 미묘한 차이다.

타인과의 어울림. 나 외에 타인이 느끼는 감정, 내 존재 외의 다른 존재가 나만큼이나, 때론 나보다도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렇게도 당연한데도 인정하기 힘든 일인건지.
이미 그것을 터득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넓디 넓다란 내면이, 자신을 완전하게 잊어버리는 그 상태가 얼마만한 경지인건지, 그리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충만감이란 어떠한 것인지..감조차 잡기 힘들다.

나를 잊어야 한다. 내 자신을 잊어야 비로소 나의 지평은 넓어지고, 내 속에 내가 하나도 없게 될때,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아도 될 만큼 모든 것은 분명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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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4
몇년전에 예전 게시판에 적어두었던 글인데, 우연히 이곳저곳 뒤지다가 발견했다.
2년전에 썼던 글속에 내가 추구하던, 이르고 싶어하던 모습에 대한 얘기가 적혀 있길래 여기에 다시 옯겨 적는다.
“타인과의 어울림. 나 외에 타인이 느끼는 감정, 내 존재 외의 다른 존재가 나만큼이나, 때론 나보다도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었다니.

이사 잘 했어요…

이사한지 이제 열흘 정도 되었군요. 벌써…
세달 동안 집구하느라 고생했던 탓인지 새로 이사한 집은 무척 마음에 들고, 꼭 오래된 옷처럼 편하고 아늑하네요.
새로 이사한 곳에는 발코니가 있고 커다란 창으로 조금씩 달라지는 하늘의 색깔이 아주 잘 보인답니다. 매일 매일 사진을 찍어두어요.

아직 인터넷은 안되고…지금 이곳은 집근처, 임대한 아뜰리에예요.
이곳 정리도 아직 못끝내서 회사 끝나고 매일 틈틈이 와서 청소하고 정리를 하는 중입니다.
7월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2008년 여름은 어떻게 지나고 있는건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있네요.

아무튼, 요즘 나는 새로운 곳에 발을 딛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기쁜것은 그 모든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다는거…나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밝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이렇게 자주자주 웃지요. 하하하하하…

이곳을 찾는 나의 사람들도 분명 이 기분에 전염될거예요!

p.s. 새집 사진은 곧…

기타를 사기로 했다

갑자기 든 생각은 아니고, 빠리에 살고나서부터 쭈욱 악기를 배우고 싶었는데 피아노는 해봤고…사실 줄리 델피가 애프터 썬라이즈에서 에단호크에게 연주해주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배우고 싶어졌다.
뭐 나랑 기타랑은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은 그런 외적인 것들도 있고(흐흐흐) 또..스페인 여행하면서 여기저기 기타를 매고 다니는 애들을 하도 많이 봐서..밤되면 옹기종기 모여 기타연주를 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사람을 모으는 마술피리같은 악기라고 할까나.

아무튼 그리하여 세일기간인 점을 특별히 감안해 내일은 꼭 기타를 사러 가야 한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