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 그리고 재가입-2006/08/12

이사를 할때쯤 나는 파리에서 내가 등록되어 있는 모든 것에서 놓여났었다.
모든 계약을 해지했고, 모든 자동이체로부터 드디어 벗어날 수 있었다. 집계약까지 모두 끝난 상태에서는 그야말로 몸만 훌훌 떠나면 되는거였다. 난 파리에 있는 그냥 자유인이었던 거다.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모든 것이 유쾌했고, 당장 끝나버려도 미련이 남지 않을것 같은 만남에도 온 마음을 다할 수 있었다.

일상으로부터 놓여난다는 것.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완전한 자유인이 되었다는 느낌은 잠깐이지만 생경하면서도 참 편안했다.

이사를 한지 한달이 다되어 가는데 아직 유선전화는 물론 인터넷도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시금 어딘가에 매여져야 한다는 것에 나도 모르는 두려움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딘가에 정박하고 싶다, 그러나 어딘가에 매여지고 싶지 않다는 모순 사이에서 나는 매일 갈등을 한다. 떠나온 것이 결국 어딘가로의 정착으로 귀착되어 버린 이 일상의 무서운 굴레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건지. 더이상 떠날 곳도 없는데 말야..

재가입, 그러나 언제든 줄을 끊고 멀리 멀리 항해할 수 있는 자유로운 정박. 그런 생각을 한다 요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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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4
2년전 이사할때와 며칠전 이사를 했을때의 기분은 참 많이 달랐다. 예전엔 정말 무언가 다급했고, 벼랑에 몰려있는 듯 했다. 누군가 잡아주지 않으면 곧 떨어질것처럼 아슬아슬한 날들이었는데….지금은 일상에서 놓여나는것도, 묶여있는것도 모두 선택해서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으니, 언제든 on/off 할 수 있을 것만 같긴한데…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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