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November 2008

빗소리…그리고 용서받는 마음

1.
요즘엔 생각이 많아 그런지 깊게 잠들지를 못한다. 늦게 자도 아침7시면 눈이 떠지고 새벽에도 자주 자주 잠이 깨는데 오늘은 정말 탕탕탕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이 깼다. 어제 잠들기 전 우울한 노래를 연달아 들었던 터라 기분도 이상했는데 마침 비가…억울한 사람이 울음을 토해내듯 마구 쏟아졌다. 나중에는 테라스에 내놓은 라벤더가 죽지는 않을지, 슬리퍼가 떠내려가는건 아닐까 걱정이 되서 잠을 이루질 못했다. 그렇게 30분 정도 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엔 반쪽짜리 해가 났다.

어제 빗소리 참 좋았는데…아마도 곧 우중충하고 우울하기 짝이 없는 파리의 겨울이 시작되려나보다. 1년이 어떻게 지나가버렸는지, 누군가의 말대로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빨리 지나는것 같다. 한해가 시작하기가 무섭게 또 한해가 끝나가고 있으니.

2.
불확실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내게 일상은 너무나 큰 숙제다. 견뎌내기 힘들때가 요즘엔 자주 찾아온다. 잠들려고 누워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틱틱 나도 모르게 초침이 지나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거나, 그가 하는 얘기를 진지하게 들으며 머릿속에선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고 있거나, 작업하다가 눈동자를 떠다니는 먼지를 사팔이처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거나…견대내고 싶다, 모두와 같이 살아가고 싶다.

3.
남자친구.
최고로 유머감각 넘치며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사람일 것 같은 그에게 나는 난생 처음 보는 복잡하고 모순된 사람이란다. 다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모든게 다 내 모습이라서 좋단다. 그런 그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고맙고 미안하고…고맙고, 미안하고. 늘 제멋대로인 내게 이젠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고 주문을 걸어준다. 매일매일 용서받는 기분이다. 누추하고 괴팍하고 모순된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그를 위해서라도 이 지독한 일상을 견뎌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