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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개근상

한 두달쯤전인가 동네슈퍼에서 키가 크고 비쩍 마른 동양여자를 본적이 있다. 날카로운 얼굴선과 눈매가 한국인일거라는 인상을 줬었다. 무표정한 얼굴표정이 모델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것도 같고. 그 며칠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우연찮게 횡단보도에서 그녀와 마주쳤다. 비닐봉지를 들고 걸어오는 발걸음이 무거워보였고 회색빛의 얼굴이 슬퍼보인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 건물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사라질때까지 그녀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그뒤로도 몇번씩 집 근처에서 마주친걸 보면 아마도 그 건물이 그녀가 사는 집이었나보다.
그리고는 지난 금요일아침 인터넷에서 한국모델 김다울이 파리 자택에서 자살했다는 기사를 봤다. 기사에 실린 사진을 보니 집근처에서 몇번이고 마주쳤던 그녀였다. 무거운 발걸음, 슬퍼보이던 얼굴은 거짓이 아니었나보다. 외국에서 그것도 동네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사람과 몇번이나 마주쳤으면 말이라도 걸어봤어야 했던건 아닐까 하는 알수없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녀의 죽음이 내가 파리에서 보낸 첫해를 떠올리게 했다. 온지구로부터 혼자 떨어져 나온것만 같던, 외로움과 두려움이 내 주변의 공기를 가득 채우던 그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때의 외롭고 혼란스럽고 죽은듯이 더딘 시간들이 없었다면 난 아마도 그녀를 길에서 몇번이나 보고도 곧 잊어버렸을테고 금요일 아침 그녀의 사망기사를 보고도 내 인생의 어떤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녀의 외로움에 공감하는 일따윈 하지 않았을 것이다. 4년전 그 시간들이 지금의 다른 나를 있게 했으니 또 그런 나를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으니 어찌되었든 더디기만 했던 그시간들을 살아낸건 잘한것일것이다.

사는건 저마다 힘든 일이다. 외로우면 외로워서, 유명하면 유명해서, 친구가 많으면 많은대로, 똑똑하면 똑똑해서. 그런데도 이 시간들을 끝까지 살아내는건 중요하다. 결국 삶 끝에 어떤 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는 지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논리나 슬픔 감정보다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명확하고 확실한 삶의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개근상은 늘 가장 쉽게 받을 수 있는 상같은데도 가장 오랜 노력이 필요한 상이기도 한 것 같다.
‘단지’ 지속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일은 쉬운게 아니다.

언니~ – 양원

언니 잘지내죠??
너무 오랫만에 연락하는듯-
프랑스에서 가져왔던 핸드폰이 비밀번호를 몇번 틀리다보니 사용할수 없게 되버리고
언니 전화번호를 알아봐야지하다하다 지금 이시간이넹-ㅎㅎㅎㅎ
언니 나 결혼했어요
10월17일날??
맹오빠한테 들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어쩌다어쩌다 그래됐어요~ㅎㅎㅎ
언니랑 수다떨면서 하고싶은 얘기가 참 많은데…
그냥 젤 하고 싶은 얘기는 보고싶다???ㅎㅎㅎ
언니 또 추운 겨울이 오네요
아프지 말고 밥거르지 말고 시원한 웃음 잃지말고~
또 연락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