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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뒤에 너무 많은 절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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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Anna가 디자이너 Alexander McQueen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메일로 보내줬다. 기사를 읽다가 눈에 들어온 Isabella Blow 라는 이름.
알렉산더 맥퀸의 재능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그를 후원해줬던 에디터겸 스타일리스트라는데 2007년에 자살을 했다고 적혀있었다. 아마도 그녀의 자살과 얼마전 그의 어머니의 죽음이 그를 자살로 이르게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도대체 Isabella Blow가 누구길래 그녀의 죽음이 그에게 그렇게 큰 영향을 줬던걸까 궁긍해져서 그녀의 행적을 뒤적거렸다.
그런데 그녀의 기구한 삶이 나에게 너무나 큰 의문과 여운을 남겼다.

어린 나이에 겪었던 남동생의 죽음, 부모의 이혼, 불안했던 부모와의 관계, 두번의 결혼, 불임, 남편의 바람, 우울증, 난소암 선고, 여러번의 자살시도로 상처투성이가 된 몸….결국엔 마흔여덟의 나이에 파티가 한창이던 어느날 친구들을 집에 남겨둔채 살충제를 마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삶의 고문속에서도 패션에 대한 열정과 타고난 감각으로 천재적인 모자디자이너 Philip Treacy와 패션계의 악동이자 바로 며칠전에 자살한 Alexander McQueen 그리고 여러명의 세계젹인 슈퍼모델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재능을 세상과 연결시켜주었다. 자신의 어머니의 분홍색 모자를 써본것이 처음 패션을 접하게 된 계기였다고 고백한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갑게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선 어머니를 평생 용서하지 않을거라고 얘기했었다고 한다.

불안했던 부모와의 관계를 만회하려는 듯 그녀는 그녀가 발굴한 디자이너를 돕기위해 자신의 아파트를 작업실로 내주거나 컬렉션의 모든 옷을 자비로 사들이는 등 물심양면으로 디자이너들을 도왔다. 그러나 그러한 애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돌아왔던 것은 사람들로 인한 좌절과 상처였고 방패를 하고 다니는 사람처럼 어디든 늘 엄청나게 커다란 모자나 아예 얼굴을 가려버리는 독특한 모자들을 쓰고 나타났다. 실제로 어떤 인터뷰에서 누군가 왜 그렇게 큰 모자를 쓰고 다니냐고 물었는데 그녀는 “사람들이 내게 가까이 오지않게 하기위해” 라고 대답했었다.

Alexander McQueen이 그녀의 자살에 크게 영향을 받았던 이유는 아마도 그 역시 그녀에게 큰 상처를 남긴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첫눈에 그의 재능과 끼를 알아보고 당시 학생이었던 그의 졸업컬렉션의 모든 옷을 구입하며 그를 후원했음에도 결국 몇년 후 그는 자신의 브랜드를 고가에 매각했고 매수인까지 연결해준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협상테이블에서 제외된채 공짜 드레스 몇벌이었다.

모든것이 너무나 불안했던 그녀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패션 그리고 모자. 우울할때면 Philip Treacy를 찾아가 그의 새로운 모자들을 써보고 그러고 나면 치료를 받은 것 처럼 기분이 좋아졌다는 그녀. 그렇게 재능있고 열정이 넘치며 매순간 모두에게 모든 것을 주었던 이가 왜 그렇게 불행한 삶을 살아야만 했을까, 왜 그런 사람들은 자주 그렇게 불행해지는걸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 불행이 그녀를 그토록 재능있게 만들어주는 것일까. 그래야만 우리는 무언가를 절실하게 열망해 다른 누구보다 잘해내고 마는 것일까. 그 모든 불행과 절망이 바로 재능의 다른 이름이라면 삶은 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떠나보내는 우리의 아니 나의 마음은 너무나 안타깝고 무겁다. 그들이 더이상 이곳에 없어서가 아니라 부러움을 샀던 그들의 재능이 바로 그들의 심장을 파고드는 아픔의 댓가였다는 사실이…

마지막 자살시도 후 그녀를 발견한 여동생에게 “(살충제를)충분히 들이키지 않았을까봐 걱정됐었어” 라고 얘기한 후 그녀는 다음날 숨을 거뒀다. 그녀는 죽음 후에도 Philip Treacy가 그녀를 위해 만든 모자와 함께 묻혔다고 한다. 멋이라는건 이렇게 일관성있는 사람들에게만 헌사해야 하는 단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