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April 2011

굿바이 평양

한동안 한국영화를 못보다가 바캉스를 맞아 오랫만에 한국영화들을 찾아봤다.

그중에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영화들을 운좋게 보게됐다.

첫번째는 ‘악마를 보았다’.

이런 영화를 볼때마다 정말 영화란 참 재밌는 도구란 생각이 든다. 어떻게 화면이라는 작은 공간안에서 그렇게 깊고도 넓은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는지.

화면이 아주 자극적이긴 하지만 그 속에 담겨진 메세지는 굉장히 무겁고 쓸쓸하다.

영화가 가진 모든 방법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했다고 생각되는 장면은 경철이 택시안에서 두사람을 살육하는 장면.

좁은 공간에서의 살인이라는 장면을 너무나 리듬감있게 표현한 감독의 감각에 놀랐다.

그리고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 엔딩.

좀 놀랐었다… 후회, 회한, 쓸쓸함, 고독, 패배감..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너무 실제적으로 다가와서. 마지막 장면은 정말 이병헌의 연기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두번째로 기억에 남는 영화는 ‘굿바이 평양’

이런식의 잔잔한 다큐멘터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특히 북한에 사는 일본태생의 조선인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더욱 좋았다. 지금까지는 주로 일본에 사는 조선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일본에서 태어나 북한으로 터전을 옮긴 조선인들의 사는 얘기는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 같다.

북한태생도 아닌 제주도 태생의 한 가장이 자신의 삶 전체는 물론 자식들의 삶까지도 모두 북한의 그것으로 ‘결정’을 했다는 것에 이런저런 호기심이 생겼다. 그냥 평범한 일상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와같은 사람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상과 실천, 용기가 깃든 결정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감독의 조카인 선화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엔딩도 역시 좋았고.

 

 

별것 아닌일들에 화나고 슬프고 즐거운거…마음이 약해진걸까

아래 글을 보고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뭐가 그렇게 슬펐던 걸까. 예전에 키우던 순이와 초롱이 생각이 나서 그랬던 걸까.

동물이 사람같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전혀 다른 차원의 사랑을 알려줄 수 있는 존재가 있어서.

=========================================================================

내 품안에서 너를 보낼 수 있어서… 그래서 다행이다…  달려랏! 길고양이 2008/11/02 23:37

복사http://blog.naver.com/animalbook/90036838267

주니어를 마당에 묻은 다음날

아침을 먹은 삼색이 자매 하나와 두리가 사라졌습니다.

한 번도 밥 때 나타나지 않은 적이 없었고

특히 두리는 집 근처를 많이 벗어나지 않은 녀석이라 이상했죠.

 

다음날이면 오려나,

또 그 다음날이면 오려나,,,

기다려도 오지 않았습니다.

밥 때마다 불러도, 골목을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녀도 나타나지 않았죠.

 

엄마는

“걔네들도 주니어가 걸렸던 그 몹쓸 병에 걸린 모양이다. 다른 데 가서 죽은 거야.”

그런가?

하지만 아프면 집에 올 아이들이지 숨을 아이들이 아니었습니다.

길고양이로 태어났지만 그래도 그 아이들에겐 여기가 밥 먹고 잠 자는 집이었으니까요.

 

주니어를 마당에 묻어주는 걸 두 녀석이 담벼락에서 내내 보고 있었는데

혹 그 모습을 보고 두려워져서 떠난 걸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줄어들지 않는 밥통을 보며 가슴을 졸이던 3일 후

제사 준비로 바쁜데 엄마가 마당에서 소리를 지르더군요.

“여, 여기 두리 왔다, 두리!”

3일 만에 나타난 두리는

세상에…… 주니어가 떠날 때 그 모습과 똑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3일만에 비쩍 마르고 눈에는 눈곱이 잔뜩 끼고 기운 없는 모습으로 나타난 거죠.

그리고 바로 하나도 나타났습니다.

하나 역시 같은 모습으로…

엄마와 저는 그 모습에 가슴을 쳤지만 그래도 돌아와준 것만도 고맙고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제사 음식 준비를 하다 말고

캔과 고기, 제사에 놓을 전 등을 들고 아이들 앞에 디밀었습니다.

그런데 두 녀석 모두 아무 것도 먹지 못하더군요.

냄새만 맡을 뿐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먹을 걸 찾기 위해 집안에 들어갔다 나오는 사이,

또…

아이들이 사라졌습니다.

 

담을 넘겨서 앞뒷집 마당을 봐도 어디에도 없었죠.

엄마는

“걔네들이 마지막 인사 하려고 왔나 보다.”

그러셨습니다.

말도 안돼…

하나는 비쩍 마른 몸으로 비틀비틀 절구로 걸어가 물을 먹고

두리는 앉아서 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잊으라니요…

 

하지만 그 다음날도 아이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엄마 말처럼 마지막 인사하러 왔던 것일까요?

 

그렇게 다시 이틀이 가고

어둑한 저녁 무렵

제가 식탁에서 뭔가 준비하고 있는데

두리가 열린 현관으로 들어와 비틀비틀 마루를 가로 질러 안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제가 헛것을 봤나 했습니다.

 

궁금해서 집안을 기웃거리기는 해도

절대 집안에 들어오지 않던 겁 많던 녀석이거든요.

조용히 뒤를 따라가니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 밑에 가서 기운 없이 푹 쓰러지더군요.

두리가 틀림없었습니다.

 

살려고 들어온 거겠지?

사람에게 기대야 살 수 있다는 걸 안 걸까?

 

하나는 그 이후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겁이 많아 항상 제게서 가장 멀리 있던 녀석이었지요.

아마도 다른 곳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 같습니다.

(엄마는 죽은 건 죽은 거라도 햇살 좋은데 묻어주기라도 해야 된다며 오늘도 마당 구석구석 하나를 찾으셨습니다.)

 

그렇게 두리와의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두리는 집에 들어와서도 물 이외에는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간혹 찡이나 대장이 밥을 주면 식욕이 생기는지 비틀비틀 갔지만 전혀 넘기지 못하고 뱉어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두리는 인간에게 곁을 주기 시작했어요.

제게 와서 슬쩍 비비는 것은 물론

제가 담요로 감싸고 안아도 그냥 두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우리 강아지가 아팠을 때 했던 것처럼 주사기로 먹을 것들을 강제로 먹이기 시작했지요.

설탕물, 스포츠음료, 닭죽 국물 같은 것들을요.

그랬더니 조금씩 기운을 차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두리가 숨을 가쁘게 쉬더군요.

용기를 내어 담요로 싸서 두리를 이동장에 넣는 것을 시도했고

어렵지 않게 성공을 했습니다.

그리고 병원으로 갔지요.

폐렴이라고 하더군요.

그날부터 매일 병원으로 출근이 시작되었지요.

매일 가서 수액과 영양제를 맞았습니다.

 

매일 아침 병원에 갈 때마다

‘선생님이 안락사 시키자고 하면 어떡하지?’

하며 마음을 졸였습니다.

그러면 집에서 보내겠다고 얘기해야지 하고 대답을 준비하고 다녔지요.

 

그렇게 모든 식구가

두리가 조금 나아지면 웃고 조금 더 아프면 걱정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두리가 지난 토요일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습니다.

병원에서 선생님은 오늘이 고비가 될 것 같다고 하셨구요.

집에 데리고 오며 그 동안 그랬듯 또 다시 나아질 거라 믿었습니다.

 

이동장에서 꺼내 마루에 누이자

두리는 그대로 한참을 자다 깨더니 비틀비틀 계단으로 가더군요.

그러더니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더군요.

그 사이 상태가 좀 좋아지면 계단을 스스로 오르내리고

상태가 나쁠 때면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하곤 했거든요.

‘역시 병원에서 주사 맞고 오더니 상태가 좋아졌다보다.’

생각했습니다.

두리를 번쩍 들어 2층 방에 눕히고 내려왔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자려나 보다 생각했죠.

 

그리고 2시간쯤 지났나……

콩닥콩닥 소리가 나더니 두리가 나타났습니다.

2층에서 또 혼자 내려온 거네요.

자고 나니 더 기운을 차렸나 보다 하고 우리는 반색을 하며 반겼습니다.

“다 잤어, 두리야? 식구들이랑 같이 있을래? 물 좀 먹자.”

기쁜 마음에 설탕물 그릇을 두리 앞에 디밀었는데

좀 이상합니다.

 

숨을 너무 가쁘게 쉬네요.

그러면서 몸부림을 치더군요.

“두리 얘 이상하다. 얘…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믿기 싫었지만…

엄마의 말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두리가 너무 힘들게 몸을 뒤틀며 숨을 몰아 쉬고 있었어요.

나아진 게 아니었습니다.

두리는 식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힘들게 내려온 것이었어요.

 

두리를 들어서 가슴에 품었습니다.

두리야, 괜찮아, 괜찮아…

두리의 눈엔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두리야, 무서워? 무서워?

그런데 언니도 너를 위로할 수가 없구나.

언니도 죽음이 뭔지를 몰라, 그래서 언니도 무서워.

언니가 안아줄게. 언니가 같이 울어줄게.

그럼, 덜 두려울 거야.

 

두리가 품 안에서 몸부림을 치다가 어느 순간 몸짓을 멈췄습니다.

“두리, 이제 갔나 보다.”

엄마가 말하며 우시네요.

저도 그 순간을 느꼈습니다.

순간 두리의 몸이 가벼워졌거든요.

그리고 두리의 몸에서 빠져 나온 배설물이 제 바지를 적셨습니다.

먹은 게 없어서 똥물은 거의 없고 오줌만 잔뜩 쌌네요.

저는 그게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가는 길에 얼마나 배가 고플까…

 

그렇게 오래오래 두리를 안고 있었습니다.

-엄마, 우리 두리 죽은 것 같지가 않아. 아직도 몸이 따뜻해.

-사람도 죽으면 24시간은 온기가 남는다고 하잖아. 그래서 죽지 않았다고 관에 못 넣게 하고 울고불고 하잖아.

-우리 두리 좋은 곳으로 갔을까?

-그럼, 저 얼굴을 좀 봐라. 사람도 좋은 곳으로 간 사람은 죽은 얼굴이 편안하다고 하는데 두리 얼굴이 정말 너무 편안하잖아. 우리 두리는 태어나서 6개월 동안 예쁘고 착하게만 살다 갔으니 당연히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우리 두리, 다음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좋겠어.

-사람이라고 다 좋나? 사람으로 태어나든, 개나 고양이로 태어나든 좋은 팔자로 태어나는 게 중요한 거야. 두리는 꼭 좋은 팔자로 다시 태어날 거니까 걱정마.

-두리는 너무 착해. 2층에서 그냥 갔으면 우리가 얼마나 미안했을까. 우리 미안한 마음 갖지 않게 그렇게 힘든데 1층까지 내려온 거잖아.

-그러게 말이다. 엄마랑 아빠랑 너랑 찡이랑 다 1층에 있으니까 가기 전에 마지막 인사하러 내려온 거야. 힘들었을텐데. 어쩌면 저렇게 착한 아이가 다 있니?

-두리는 왜 우리 집으로 들어왔을까? 죽기 전에 집고양이로 살아보고 싶었을까?

-식구들이 자기를 살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겠지. 조금만 더 버텨줬으면 좋았을텐데. 생명력이 아주 강한 녀석인데..

-며칠 전에 두리가 아빠랑 약속을 했는데..잘 먹어서 건강해지면 집안에서 같이 살자고…내쫓지 않을 거라고…걱정하지 말라고 약속을 했는데…

 

엄마, 아빠와 이렇게 얘기를 나누며,

얘기를 나누다가 같이 울기도 하며,

그러는 사이

품에 안긴 두리는 조금씩 몸이 식어갔습니다.

 

그래도 내 품 안에서 그렇게 두리를 보낼 수 있어서… 그래서 다행이다…

덧글 33개  엮인글 쓰기  공감 13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