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아닌것들은 싫다

이 블로그로 말할것 같으면, 10년 넘게 내가 비밀스럽게 가꾸며 간직해온 곳으로 게시판도 두번이나 이전하고 도메인도 한번 바뀌는 온갖 수난을 겪어 지금은 찾는 이가 손에 꼽을만큼 적지만 나에게는 기쁠때나 우울할때나 슬플때나 언제나 내게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지켜준 기특한 곳이다. 나조차도 이제는 길고 지루하고 감정적인 것들은 1분 이상 머무르지 못하고 ‘다음’으로 넘겨버리는데 이곳에서는 길고, 감정적이고 우울한 글들을 마음껏 써재껴도 된다. 한마디로 진득하고 참을성 있는 진짜배기중에서도 진짜, 진짜다.

별로 멋있지도 밝지도 않은 나를 마음놓고 드러낼 수 있는 이곳을 이렇게 오랜시간까지 가지고 올 수 있었던 것은 괴팍하고 변덕이 심한 나의 심성 깊은곳 어느 지점에 변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래서 그런지 반전이 있는 사람들이 매력있고 그런 사람들을 만났을때 미친듯이 몰입한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것같은 것들, 몇십년에 걸쳐 지켜온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들에 신뢰가 간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역시 꽤 보수적인 분야라 경험이 경력의 모든것을 설명한다. 여기서 진짜 전문가를 구분하는 잣대는 실패의 경험이 많이 있는가,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는가 하는 것이다. 노력도 해야 하지만 인내가 무엇보다 중요한 성공조건이다. 버티면 진짜가 되는 것이다.

가죽으로 된 가방을 직접 만들고 싶었던 이유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가죽의 매력, 분명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만든 가죽제품은 그래서 시간이 지나야 진짜인지를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진짜다. 그런건 명품이라고 불러야 한다.

진짜라고 불리는 것들 대부분은 이렇게 시간이 만들어준 것들 아닐까. 고통스럽고 참기 힘든 시간들 조차 몇번이고 넘기고 나면 그제서야 조금씩 진짜가 되어가는 것 아닌지. 그렇다면 진짜가 아닌 것들은 패션의 경우 zara나 h&m 같이 잠깐의 유행을 노리고 성공을 꾀하는 것들을 말하는건가. 음…그런 방법으로 꾸준히 몇십년이고 존재해왔다면? 그러면 가짜로 시작했지만 진짜가 되버린 것들이라고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확신이 안갈땐 시간에게 물어보는게 최고다. 지금 너무 좋지만 당장 다음달이 되면 생각도 안나고 손도 안대고 싶어질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해서 몇번이나 결정을 바꿨던가. 시간이 모두 결정해줬다.

시간을 믿자. 진짜인지 진짜가 아닌지 저절로 알게 될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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