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작은사람 유진 / Petite personne Yu-Jin

우리는 누구나 어리석다고…

어디서 읽은것 같은데. 이말이 이상황에서 위로가 될줄 몰랐네.

오늘 나는 정말 어리석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다섯살짜리 아이에게 논리적인 설명이 왜 통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한채 화를 냈다. 이렇게 꽉 막히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많이 봤던것 같은데 그게 나였다니.

엄마로서 깊이 반성하며 다음번에 또다시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그땐 약간이라도 덜 어리석게 행동하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적어놓는다. 또 함부로 누군가를 어리석다고 판단하기 전에 나야말로 다섯살짜리와 힘겨루기를 하는 가장 어리석은 사람임을 잊지 말자.

 

 

첫정

나에게 어린시절은 좋은기억보다는 가슴아픈 기억들로 남아있다.

가슴아픈 기억들을 어떻게 치유해야 되는지는 나이가 들어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

단지 성인이 되어 갖게 된 다른 더 좋은 기억들이 그런 상처들을 점점 더 깊숙히 덮어버리고 있을 뿐이다.

그 좋은 기억들 중 첫아이 유진이가 차지하는 부분은 꽤 크다.

 

첫사랑, 첫눈, 첫아이….

첫감정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꽤 크다.

아마 평생동안 각인되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연료가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을만큼.

유진이를 뱃속에서 느낀 순간부터 지금까지 처음으로 느껴본 감정과 느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지금도 하나하나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을 정도다.

내가 왜 이 세상에 오게 된건지, 그렇게 길고 힘들었던 시간들도 견뎌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음을 확실히 느끼게 해준

고마운 존재.

 

사랑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이 벅찬마음을 유진이가 느끼며 자랐으면 좋겠다.

나에게 그녀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알려준 첫번째 사람.

시간이 지나 유진이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날이 오더라도 이 사랑 잊지 말아야지.

평생을 지금 그녀의 기억들로 행복해해야지.

 

 

출산..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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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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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

출산을 한지 어느새 한달이 지났다.

출산 당일 여전히 배가 남산만하게 불러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면

아니 내가 저랬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출산이 정말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

24시간을 굶고 깨어있어야만 했던 기억, 난생처음 느껴본 고통, 애기를 품에 안겨줄때 느꼈던 어리둥절한 감정…

머릿속으로 수없이 많이 상상해보고 준비했었기에 누구보다 잘해낼거라 자신했었는데

출산일도, 그 과정도 내가 예상한대로 된건 하나도 없었다.

20시간이나 진통을 할지 누가 알았겠나..그저 아기가 4키로 넘을 것 같다는 예상만 맞았을뿐.

(출생 당시 4.05키로. 의사도 산파도 다들 애기 머리숱에 한번 놀라고 애기 크다고 한번 더 놀라고…)

애기를 낳은 날 새벽, 내가 애기를 낳았나 싶은 의구심이 들때 옆에서 자고있는 애기얼굴을 보면 그저 신기해서

아홉달 동안 내 뱃속에서 발을 차며 신호를 보내던 그 아기가 이 아기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생각을 했던 듯 하다.

지금도 가끔 내가 아이를 낳았나? 실감이 안날때가 많지만 조금씩 아기있는 일상이 익숙해져가고 있다.

 

출산하기 직전까지는 제발 빨리 애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더니 막상 낳아보니 육아는 또 별천지다.

매일매일이 다르고 어떤 상황에도 딱 맞는 정답이 없는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먹고 자기만 하는 아기에 불과해도 이미 많은 것을 이해하고 교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너무 서툰 엄마를 많이도 이해하고 용서해준다는 것…

딸아이를 생각할때면 가끔 가슴이 아플만큼 애틋하다.

벅차게 사랑한다. 정말 이말이 맞는 듯.